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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에 대한 인생책

reviewed by mountains
2020-06-02

톰 라이트의 <바울 평전> 서평 - 십자가 교회 강산목사

결론부터 빨리 말하자면, 이 책은 내가 지난 30년 조금 못되는 시간동안 바울에 관련해서 읽은 대략 천여권의 책들 중에서 단연 최고의 목록에 들어가는 책이다. 신학교에 들어가자마자 10번이나 읽었던 F. F. 브루스의 <바울>부터 최근에 번역 출간된 존 M. G. 바클레이의 <바울과 선물>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학자들이 바울에 대해서 연구한 글들을 탐독해 왔다. 물론 이러한 연구의 흐름은 매우 다양한 원류에서 나와 더 세분화된 지류로 흘러가지만 크게 두 가지 큰 방향의 댐에 고이게 된다. 하나는 바울의 역사성에 대한 부분으로서 바울 개인의 전기적 과거를 최대한 밝혀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울의 신학과 사상을 포함하는 사역적 메시지에 대한 부분으로서 바울이 쓴 글들에 대한 의미를 최대한 밝혀내고 적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두 가지는 절대로 분리할 수 없는 일임에도 많은 책들이 의도적으로 혹은 실력의 부족으로 분리했고, 그 결과 기형적인 모습의 바울이나 편협한 내용의 신학이 그려진 경우도 많았다. 감사하게도 톰 라이트는 이 두 가지 내용을 하나의 훌륭한 요리로 만들었고 우리가 먹기 쉬운 모양의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내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먼저 이 <바울 평전>의 첫 감동은, 바울을 이해하기 위한 그 근원에 대해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깔끔하고도 풍성하게 소개함으로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그의 출생에 관련된 일화나 가문배경 이해 수준이 아니라, 구약을 근간으로 하는 이스라엘, 곧 유대인과 바리새인이 가진 열정이 어떻게 궁극적으로 바울을 하나님의 나라를 도래하게 하는 사도요 순교자로 가능하게 했는지를 시원하게 밝혀준다. 아울러 그러한 방향이 다메섹 사건을 통해서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에게 하나의 공동체를 꿈꾸게 하는 위대한 사명과 어떻게 이어졌는지도 아주 잘 설명이 되었다. 사실 이 부분만 읽어도 책값은 하리라 생각한다. 다음으로 <바울 평전>의 장점은, 바울의 여정을 시간과 지리의 흐름을 따라서 매우 재미있고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대기 성경처럼, 사도행전을 중심 뼈대로 삼으면서도 그 사도행전의 흐름 속에서 연결되는 바울의 서신들이 살과 피로 붙여지는 에피소드로 연결되어서 바울이 회심한 다음부터 로마까지의 여정을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로 전개한다(주의 깊은 독자라면 사도행전의 누가신학과 바울서신들의 차이 및 연결성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출간된 최종상의 <사도행전과 역사적 바울연구>와 겹치는 내용이 많다). 특히 이 과정에서 라이트의 작가적 상상력이 동원될 뿐 아니라 학자적 전문지식이 합쳐져서 신약전체를 관통하는 시원함과 선명함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바울 평전>의 도전은, 마치 한 목회자가 매우 긴 분량의 성경 본문을 강해하면서도 그 긴 내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적인 주제를 놓치지 않고 반복적이면서도 발전적으로 알려준다는 것이다(개인적으로 로마서에 대한 이번 라이트의 주해와 해설이 너무 좋았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그동안 바울연구를 하면서 우리가 교리적으로, 신학적으로, 또한 목회적으로 성경을 잘못 읽고 적용한 것들에 대한 반성과 찔림이 포함된다. 특히 마지막에서 저자가 글을 마무리하면서 보여주는 공동체와 기도에 대한 도전들은 참으로 가슴 뜨겁게 다가왔다. 물론 라이트의 글을 많이 읽은 독자는 그가 이전에 쓴 책들에서 이미 특별하게 사용한 예화나 표현들이 중복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 내가 그러하듯이 모두가 라이트의 성경해석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저자 스스로 만들어 놓은 여백과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우리가 더 이어서 알아보아야 할 것을 숙제처럼 던져 넣기도 한다. 한 가지 책 전체의 편집에서 아쉬운 점은 가독성에 집중하려고 각주를 모두 뒤로 몰아 버렸는데, (물론 원서가 그렇게 되어 있기는 하지만) 간단한 성경구절들을 오히려 본문에 바로 넣어 버렸다면 더 가독성이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바울은 예수님의 모습이 가장 깊고 넓게 재연된 아름답고도 열정적인 사람이었고 그의 말들은 예수님께서 더 살아계셨다면 던지실만한 가장 붉고 선명한 내용이었다. 다만 송구한 것은, 만약 바울이 다시 살아서 지금 한국 교회에 온다면 그는 어떤 표정으로 어떤 메시지의 글을 남기게 될까, 이다. 숱한 그리스도인들이 자기 아이디로 ‘바울’을 사용하고 바울을 설교하고 바울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를 만나면 우리는 어떻게 비춰질까? 그는 웃으면서 우리를 맞을까 분노한 얼굴로 우리에게 질책할까? 아마도 우리는 바울이 이어왔던 말씀의 깊이와 복음의 충성과 선교적 사명의 헌신에서 너무 많이 변질된 것은 아닌가 하고 송구한 마음이 든다. 누구든지 교리적 쇠뇌를 당하지 않고 순수하게 신구약 성경을 성실하게 읽어왔으며 특히 사도행전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바울서신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바울의 인생과 신학이, 그의 여행과 열정이 쫘악 정리되는 은혜가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저자 톰라이트, 번역자 박규태, 편집자 박명준. 이정도라면 거의 드림팀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책값이 얼마든 신학생과 목회자들은 반드시 사서 읽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아토르 출판사에서 다음 책으로 작업 중인 톰 라이트의 도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다(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거나 서평이 필요하면 연락주면 좋겠다). 요즈음 잘 나온 사진을 인생사진이라고 하던데, 그런식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내게 인생책이 된 것 같다. 열악한 일인 기독교 출판사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며칠 전 다친 허리에 힘을 주어 타이핑한 이 부족한 서평으로 응원해 본다.  

바울 평전 (원서명: Paul: A Biography)

톰 라이트
비아토르
20200507
HB ? 0 x 0 x 0 Inch 2 kg 740 pages ISBN 979118825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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